* 카이 앙리/피조물 캐릭터 리뷰.

 

안녕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 혹은 편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하는 인사.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막의 호숫가 장면에서는 안녕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슬프게 들린다. 우리는 일상에서 편하게 주고받는 인사인데,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손에서 탄생한 피조물에게는 그 단어에 담긴 미약한 온기조차 얻기 힘든 것이었기에.

 

말은 못해도 울부짖었네

카이의 피조물을 봤을 때, ‘갓 태어난 아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바라보는지 초점을 알 수 없는 눈동자, 사람의 외형을 갖추었으나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인식이 없는, 기본적인 생존 욕구만 가지고 있으며 우는 것이 유일한 의사 표현인 존재.

태어나면서부터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옆에서 ,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거야라고 가르쳐주는 사람 덕분에 가능한 거지. 아기는 그렇게 양육자의 손에서 점차 성장하고 사회화를 거치며 인간이 된다. ‘사람 인사이 간’. 사람과 사람 사이, 나는 이 한자가 가진 뜻이 인간의 존재 의의라고 생각한다. 평생 동안 타인과 교류하며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도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창조주가 피조물을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인간의 성격이 형성되는 데는 후천적인 요소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양육자, 주변 환경 같은 것들. 하지만 피조물이 보고 듣고 겪은 건 무엇인가. 창조주는 그가 눈을 뜨자 마자 죽이려 했고, 자크와 에바의 격투장에 끌려가 배운 거라고는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며, 보고 들은 것은 잔악한 인간의 모습일 뿐이다. 자크와 에바가 시키는 대로 다른 사람의 팔과 다리를 꺾지만 그렇게 해야 에바가 자신을 보고 웃으니까,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따라 웃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상대방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한다. 마치 실험실에서 자신이 빅터에게 목을 졸릴 때처럼. 죽음이 무엇인지는 몰랐겠지만 격투 상대의 눈동자에서 그때 자신이 느꼈던 공포를 본능적으로 느꼈으리라. 자신이 겪은 것과 자신을 향한 다른 이들의 태도에서 느낄 수 있는 게 혐오와 공포 뿐이라니, 참으로 불행한 존재다.  

모두가 외면하던 피조물에게 까뜨린느가 손을 내밀었지만 그것도 잠시. 까뜨린느는 자크와 에바보다도 더욱 잔인하게 피조물을 절망으로 내몬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 육체에 남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지만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 한 늘 피가 흐른다. 인간의 온기가 잠시나마 머물렀다가 사라진 자리는 더욱 시리고 아팠을 테다.

 

앙리!”

그렇게 부르지 마, 나는 이름이 없다.”

앙리의 얼굴을 하고 있는 피조물은 앙리인가, 3의 존재인가. 아무래도 앙리/피조물을 연기하는 배우들마다, 어느 빅터와 연기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나는 카이의 피조물에게서 앙리를 볼 수 없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처럼 앙리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뿐. 나는 지금 이 글을 컴퓨터로 쓰고 있지만, 내 컴퓨터가 인공지능이라 한들 내가 <프랑켄슈타인>을 봤을 때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AI가 제아무리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해도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희로애락은 어쩌면 인간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앙리는 빅터를 친구라고 부른다. 빅터를 곁에서 지켜본 시간과 감정이 있기 때문에. 세상의 수많은 인간들 중에서 누군가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때까지는 오랜 시간과 그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감정이 필요하다.

실험실에서 깨어난 피조물과 빅터 사이에는 그런 시간과 감정이 없다. 단두대에서 앙리의 목이 잘리던 순간, 그 모든 것은 빅터에게만 남은 것과 다름없으니까. 앙리에게는 빅터가 함께 꿈을 꾸는 친구였지만, 피조물에게 빅터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존재다. 눈을 뜨자 마자 목이 졸렸던 기억에는 공포가 자리하고 있지만, 앙리가 빅터와 전쟁터에서 만났고 함께 실험을 했다는 것은 피조물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일종의 데이터에 불과하다.

기억과 추억은 동의어가 아니다. 피조물은 앙리가 아니며 앙리가 될 수도 없는데, 피조물을 향해 앙리라고 부르는 빅터, 너무도 잔인하지 않은가.

 

피조물은 자신이 불행하기에 악하다고 말했다. 행위의 정당성을 논하자면 논쟁의 여지 없이 악한 행위라 할 수 있겠으나, 내게 피조물은 너무도 가여운 생명체다. 마지막에 북극의 오로라를 보지 못하고 눈 감은 것까지. 짧은 시간 너무도 잔혹한 세상이었으니 눈 감은 그곳에서는 부디 안녕하기를.

 

 

 

 

캐스팅 보드 위에 조명 좀 달지마...

 

빅터 프랑켄슈타인&자크 류정한 / 앙리 뒤프레&괴물 카이

엘렌&에바 서지영 / 줄리아&까뜨린느 안시하 / 룽게&이고르 이정수

어린 빅터 김지호 / 어린 줄리아 신서린

 

01.

천신만고 끝에 보러 갔다. 내 계획은 7월에 류카를 보고 8월에 동카 혹은 민카를 보는 거였는데7월 티켓이 운명의 그날이었던 것이다. 오빠가 아파서 캐스팅 변경된 날. 당일에 캐스팅 변경 안 된 게 그나마 다행. 멘붕 상태에서 티켓 양도하고 예약해둔 숙소도 양도하고 넋부랑자 됨. 그날 이후, 다른 캐스팅과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닥치고 예대를 걸어 놨는데 예대도 안 터짐ㅋㅋㅋ 은혜로운 지인 덕택에 8 1일 표를 얻었는데, 출산을 앞둔 자매님에게 조산기가 나타나서 자매님이 입원함. 자매님이 퇴원을 못 하거나 둘째를 조산했는데, 그 상황에서 내가 공연 보겠다고 서울을 가면 엄마가 날 곱게 보내줄 리가없잖아…? 하지만 다행히 자매님은 퇴원을 하였음.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주 일요일, 조카님 데리고 간 키즈카페에서 뜬금없이 혼자 벌러덩 넘어짐ㅋㅋㅋ 월요일 아침에 보니 발등이 살짝 붓고 통증이 계속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골절이네요. 심한 건 아니라 수술은 필요 없는데 깁스는 좀 하셔야 되고…”

????????”

두 번째 발가락이 살짝 골절된 것. 깁스 이야기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수요일 프랑켄 어떡하지!!!’ 멘붕 상태에서 고민을 하다가 '걷는 게 좀 불편해서 그렇지 아프진 않잖아?' 하며 지옥 같은 더위를 뚫고 블루스퀘어로 갔다… 물론 그 꼴을 하고 서울에 가야겠냐는 엄마의 잔소리는 당연했고.

 

02.

서곡이 끝나고 깨어난 괴물, 그러니까 카이 괴물의 눈빛을 보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류정한 빅터와 카이 앙리의 단 하나의 미래를 듣고 이미 넉다운. 중간에 생명의 주체가 되는가하고 성악 발성으로 동시에 내질러주는 부분 카타르시스 대박. 이게 귀 호강이지 뭐가 귀 호강이야!!! 하지만 블루스퀘어 1층 음향은 여전히 쓰레기야 (feat. 자크) 그리고 그 쓰레기 음향에서도 살아남는 류배우 딕션의 위엄도 여전해

 

03.

아니 그런데 생명은 창조되어질 수 있는가이거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지? 초연 때부터 이중 피동 비문이니 고치라고, 고치라고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는데 안 고친 이유가 뭐야, 대체. 틀린 걸 모르는 거야? 4연 올릴 때는 제발 대사, 가사 윤색 한 번만 하고 올려줘부탁이야, 연출님ㅠㅠ

 

04.

하지만 괴물이 철침대에 누워있을 때 좀 웃고 싶었다. 괴물을 내려치며 일어나!” 라고 외치는 류빅터의 손짓이 일어!!!!!!!!(풀스윙 날릴 기세)(살짝 터치)” 라서 웃겼는데, 1막 마지막에 깨울 때는 터치보다 좀 더 힘이 들어간 게 눈에 보여서ㅋㅋㅋ 그러니까 1막 초반에 한 90퍼센트쯤 남아있는 배우 본체와 1막 후반에는 10퍼센트 남아있는 본체의 차이?ㅋㅋㅋ

 

05.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장면을 보다가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아니 나야, 왜 우니초연과 삼연의 시간 속에서 나도 나이를 먹어 감성이 말랑말랑해졌나.

 

06.

대망의 한잔 술. 이건 뭐로봇도 아니고류빅터는 몸부림, 카앙리는 관절이 말을 안 들음. 그냥 박자 맞춰서 발을 쿵! 하고 찍는 것도 어색하면 어쩌자는 거지. 내 본진이지만 춤은 진짜 노답하지만 더 노답인 건 그것도 귀엽다고 생각하는 나ㅋㅋㅋㅋㅋㅋ 역시 프레스콜로 류카 한잔술이 박제되었어야 했는데. (진심임…) 한잔 술 초반에 사람들한테 얻어 맞고 있는 류빅을 카앙이 구해주는데, 류빅 세상 하찮아서 너무 웃겼음. 카앙이 앉으라니까 앉아?’ 이러고 두 손 공손히 모으고 세상 쭈구리처럼 앉음ㅋㅋㅋㅋㅋㅋㅋㅋ

 

07.

프레스콜 생중계로 카앙리의 너의 꿈속에서를 보다가 좀 놀란 게 표정이 정말 단호했다는 것. 죽음을 각오한 그 이상의 느낌으로. 내가 여기서 죽어도 빅터는 날 살릴 것이다, 나는 빅터를 믿는다는 눈빛. 그런데 어제 보니 순간 순간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러면 내 마음이 아파요그런데 되돌릴 수가 없잖아. 단두대 가기 전까지는 두려워하는 모습이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데, 단두대 계단 앞에서는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고 옆에서 자길 붙잡는 군인들 팔까지 내치면서 씩씩하게 올라감. (나는 오열함)

 

08.

그리고 난 지금부터 왕연출을 깔 것이다. 많이는 아니고… ‘나는 왜연출 왜 그렇게 바꿨는지 모르겠구요판토마임 연출하고 거울 깨지는 소리그거 왜 넣었지…? 거울 깨지는 소리는 거울이 아니라 넘버 분위기를 깸-_- 이번 시즌에서는 효과음을 활용하고 싶었나. 2막에서 실험일지 던질 때도 쓸데없이 효과음 들어가고, 북극 장면에서 깔리는 BGM은 대체 왜거기서음악이필요하지요? 빅터가 좌절하고 절규하는데 무대 옆에서 유키 구라모토가 피아노를 치며 등장할 것 같은 음악은 대체 뭐란 말인가.

생명창조 기계도요… 2층에 오렌지빛 조명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구가 서있던데, 미용실 셋팅 기계 세워 둔 줄 알고 깜짝 놀람여기까지만 깔게요

 

09.

류빅터가 부른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뭐 이쯤 되면 생창 장인 아니신지강약 조절하면서 부르는 게 장난 아님. 마지막에 너의 창조주가 명하노니 눈을 떠라, 일어나라에서 각각 첫 음절에 악센트를 뽝! 주는데 아나 이런 거 너무 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왜 이 어르신 덕분에 입덕했는지 오랜만에 실감함ㅋㅋㅋㅋㅋ 미처 몰랐는데 내가 어르신을 4년만에 봤더라고ㅋㅋㅋㅋ 지킬 10주년 때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지킬 10주년이 4년 전이래, 세상에중간에 있었던 내한 공연 때문에 2년 전으로 착각하고 있었음.

 

10.

깨어난 괴물. 괴물이 아니라 아이 같았음. 갓 태어난 아이. 이 느낌은 격투장 장면에서도 받았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내용 리뷰 쓸 때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볼 예정.

2막에서 3년 뒤에 돌아온 괴물의 모습은... , 나는 오빠가 그런 목소리와 말투로 연기할 줄은 몰랐지. 심지어 앙리도 안 보인다. 앙리의 기억을 가졌지만 앙리는 아닌 제3의 창조물. 내가 이래서 오빠 사랑하지ㅠㅠ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ㅠㅠ 

 

11.

격투장. ‘남자의 세계지만 그 남자들을 조련하는 건 에바이니라초연 때도 저 넘버를 사람이 부르라고 쓴 것인가저걸 부르는 사람은 또 무엇인가했는데, (내 귀에는) 인간이 부를 수 없을 것 같은 넘버를 여전히 짱짱하게 소화하는 서지영 배우 리스펙

류자크의 넌 괴물이야에서 아쉬운 건가발이 금발이 아니지요? 옷이 보라색인데 머리도 보라색이야색 조합 누가 그렇게 하래…? 그런데 류자크가 초연 때보다 MSG가 좀 빠졌는지 잔망이 줄었음. 덜 귀엽

격투 장면에서 자크와 에바가 왼쪽 계단 위에 올라가 있을 때, 계단 전체가 덜덜 흔들리던데 저러다 무너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 놀랐음. 다른 장면에서는 멀쩡했던 거 보면 일부러 흔든 거 같긴 한데.

 

12.

격투장에서 괴물한테 제일 잔인한 건 자크도, 에바도 아니고 까뜨린느임. 자크와 에바는 육체적으로 괴물을 학대하지만, 까뜨린느는 정신적으로 괴물을 무너뜨려서 정말 불행하게 만들잖아. 인간이 제일 무섭고 인간이 싫다더니 그 누구보다도 잔인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

그런데 그곳에는장면에서 시하 까뜨린느 좀 묘했는데, 북극을 동경하면서 괴물한테 그런 곳이 있다고 알려주면서 같이 꿈 꾸는 게 아니라 에바 말처럼 괴물하고 정분 난 느낌, 괴물한테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여서 좀 당황스러웠음ㅋㅋㅋ

 

13.

카괴물이 침을 아주 많이 흘린다는 소리를 들었음. 내가 시력이 나빠진 건지, 조명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수니 렌즈 필터링을 거친 건지 잘 보이지 않아서 뭘 많이 흘린다는 거야 했는데, ‘난 괴물부를 때였나? 진짜 길게 주욱 떨어지는 걸 봄ㅋㅋㅋ

 

14.

상처에서는 카괴물이 길 잃은 아이에게 안녕하고 인사하는데이 불쌍한 크리처여ㅠㅠ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안녕이라는 인사를 얼마나 주고받고 싶었을까 (오열

 

15.

이 날 이전 공연들하고 오빠 시선 처리가 달랐다고 한다. 너의 꿈속에서도 원래 2층 정면 보고 부르고, 난 괴물에서도 정면으로 드러눕는다는데 이 날은 객석 오른쪽 보고 했음. 난 자첫이라 몰랐는데, 지인들이 오늘 다르네? 하면서 봤다고. 3층에서 보던 지인이 너꿈속에서 시선 방향이 다르길래 응? 하고 오페라 글라스를 돌렸더니 내 자리 쪽이었다며ㅋㅋㅋ (나를 봤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 금물. 나는 망붕이 아니다!ㅋㅋㅋ) 아니 뭐 객석 오른쪽에서 오랜만에 온 빠수니의 기운이 느껴지던가요(아님) 끝나고 오늘 이거 저거 달랐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몰라, 난 처음 봐서 모르겠어요했더니, 지인이 니가 계 탔다는 소리야!”ㅋㅋㅋㅋㅋ 그렇군요. 오빠, 감사합니다…(??

 

16.

절망에서는 류빅터 그냥 정신줄을 놓았음. 그 상태에서 줄리아까지 죽고 북극까지 살아서 간 게 용할 지경

 

17.

寂寞和孤独的区别是什么?寂寞是别人不想搭理你,孤独是你不想搭理别人。

쓸쓸함과 고독함의 차이는 무엇인가? 쓸쓸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고독하다는 것은 당신이 다른 사람을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웨이보에서 보고 적어둔 문장. 북극 장면 보는데 갑자기 떠오르더라.

그날의 류빅터는 북극에서 그대로 얼어 죽었을 거야. 총에 총알이 남아 있었어도 스스로 자신을 쏠 용기는 없는, 약한 사람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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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리뷰는 일단 현업 마감을 털어야 쓸 수 있을 것 같다

 

 

 

 

    

  

 

 

 

 

 

<사마의2: 최후의 승자>는 끝났고 저는 볼 드라마가 없고… (봉수황 보다가 포기함…)

소설 <호소용음>에서는 장춘화의 임종에 급포도 등장합니다. 드라마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서 발췌했어요.

 

 

잠시 정신을 차린 장춘화는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급 대형, 오셨군요…….”

급포는 자신의 감정을 꾹 누르며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섰다. 장춘화에게 손을 뻗고 싶었지만 급포는 다시 주먹을 꼭 쥐며 손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부인, 내가 부인을 위해 무얼 할 수 있겠소?”

장춘화는 희미하게 웃었다.

요 몇 년 동안, 다행히도 저희 곁에 대형이 있었지요. 매번, 저희가 대형에게 부탁만, 했는데. 대형의 은혜는, 내세에서, 갚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급포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흐느꼈다.

내 목숨은 오래 전부터 당신 것이었소…….”

장춘화는 고개를 살짝 가로 저었다.

, 보답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생의 끝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대형, 그 사람을 지켜주세요…….”

그리 하겠소! 그리 할 것이오! 내 이미 맹세했소!”

장춘화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소야…….”

어머니…….”  

눈물 맺힌 눈을 문지르는 사마소에게 장춘화가 분부했다.

서원에 가서…… 백 부인을 모셔오너라…….”

사마소는 조금 놀랐다.

어머니, 뭘 하시려고요? 백 부인의 득의양양한 모습이라도 보시려는 겁니까?”

장춘화는 고개를 저으며 꿋꿋하게 말했다.

어서, 어서 모셔오너라…….”

사마소가 떠난 후, 장춘화는 침상에 기대어 급포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실, 대형이 그 사람을 도와 무얼 하는 지 저도 짐작이 갑니다…….”

당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요. 그러니 사마의를 위해서 당신이 견뎌야 하오.”

장춘화는 눈을 감고 작게 탄식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까 두렵습니다. 사람이, 제 아무리 기개가 높다 해도, 매일 같이 이어지는 권력 싸움을 버틸 수는 없지요. 걸음 걸음이 생사의 갈림길입니다. 급 대형은 충직하고 온후한 분이니, 나중에 그 사람을 잘 설득해주세요.”

급포는 부들부들 떨며 장춘화의 손을 잡고 흐느꼈다.

내 이번 생, 오직 그대를 지키고 싶었소…….”

장춘화는 미소를 지었다.

인생이란, 헤어지고 또 헤어지는 것. 춘소태세*도 늙을 테지요. 급 대형, 가세요. 여기 있으면 위험합니다. 얼굴을 보았으니 영원히 마음 속에 담아두겠습니다.”

 

이때 백령균은 걱정스럽고 핼쑥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령균은 사마소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조금 두려운 마음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사마소가 딱딱하게 말했다.

어머니께서 모셔오라 하십니다.”

백령균은 움직이지 않았다.

형을 구할 생각이 없는 거니?”

사마소는 조금 놀랐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저희 형제 사이까지 이간하려는 것입니까?”

백령균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하고 륜이지? 그렇지?”

사마소의 눈에 흉악한 빛이 번뜩였다. 한 발자국 내딛은 사마소는 냉소하며 말했다.

륜 아우를 위해서라도 백 부인께서 다시는 그런 말씀 안 하실 거라 믿습니다.”

 

(중략)

 

장춘화는 사마소에게 말했다.

소야, 형제자매들을 이끌고 둘째 어머니께 인사를 올리거라.”

사마소는 그대로 서서 움직이지 않고 분노했다.

소자에게 어머니는 한 분 뿐입니다! 사마 씨 집안에 둘째 어머니 같은 건 없습니다!”

 

(중략. 하지만 결국 인사는 하는 자상이...)

 

중달, 중달은?”

이미 극도로 쇠약해진 장춘화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이어지는 말은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저 손을 들어 사마소에게 사마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냐는 뜻을 보일 뿐이었다. 사마소는 울면서 말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버지께서 곧 돌아오실 겁니다!”

마침내, 바깥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는 사마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깜짝 놀란 사마소가 크게 외쳤다.

형님!”

비틀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사마사의 옷은 피로 얼룩졌고, 얼굴도 피투성이였다. 장춘화의 침상 곁으로 달려온 사마사는 눈물을 흘리며 목놓아 울었다.

어머니, 소자가 왔습니다!”

사마의는 사마사를 안은 채 두 사람의 손을 한데 끌어당겼다.

놀랍고도 기쁜 마음에 정신이 든 장춘화는 사마사의 손을 붙잡았고, 사마사는 눈물을 머금고 울면서 말했다.

소자가 불효하여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소자는 이제 괜찮으니 어머니께서도 쾌차하실 것입니다.”

장춘화는 사마사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

고생했구나. 아쉽게도…… 이 어미가 맛있는 밥을 지어, 네 몸을 보양 시켜주지는 못 하겠구나.”

장춘화는 힘겹게 손을 들어 사마사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으나, 사마사는 그 어미의 손을 받쳐들며 말했다.

소자,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춘화는 다시 사마사의 손을 끌어 당기더니 백령균을 가리켰다.

너도 무릎을 꿇고, 둘째 어머니라 부르거라. 어미가 없으면, 너는 네 아버지와 둘째 어머니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야.”

사마사는 소리 없이 울면서 백령균에게 무릎을 꿇었다.

 

(후략)

 

이 뒤에 장춘화는 사마의와 할 말이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전부 내보냅니다. 마지막에 눈 감는 자리에 사마의만 있었던 건 드라마와 큰 차이가 없? 사실, 드라마가 중간부터 고평릉까지 조금 별로라-_-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하지만 노추 쓰마이를 그린 뒷부분은 작가와 연출이 영혼을 팔았는지 너무나도 좋았고

 

*춘소태세(春小太岁): 실제로 사서에 기록된 장춘화의 별명입니다. 왜 춘소태세냐고요…? 검색해봤는데 장춘화의 성격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태세가 뭐지, 하고 찾아봤는데 이상한 버섯처럼 생긴 약재가 나오고저는 읽는 게 귀찮았고중한사전에서는 민속신 중 하나라는데

 

드라마에서 백령균이 죽었을 때, 사마소는 상복을 입지 않았지요. 사마소의 뜻이 어쨌든 장춘화가 둘째 어머니로 모시라고 유언까지 남겼는데도. 그 이유가 책에 있는 백령균과의 대화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길지도 않은데 드라마에 나왔더라면 좋았을 걸.

그런데 급포와 장춘화의 과거에는 대체 무슨 일이...

 

중극 사극 캐릭터 자수를 꼭 놓아보고 싶었는데

거대 장벽이 있었으니

그것은 세상 화려한 옷 무늬...

그걸 자수로 어떻게 살려야 한단 말인가... 나는 못한다...

매 종주님은 옷이 소박하긴 했으나 적절한 사진을 찾지 못하였는데

 

 

그러다가 이 사진을 발견함

이 정도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말지, 뭐

 

 

그런데 오랜만에 놓은 인물 자수라 크기 감을 못 잡고 두 개를 인쇄함

둘 중에 좀 더 작은 게 더 낫겠다, 했는데

천에 스케치 해놓고 보니 둘 중에 큰 걸로 스케치를 해버렸지 뭐야...

(무슌 일이지? feat. 조카님)

하지만 스케치를 다시 하긴 귀찮았다

얼굴, 머리를 해보고 느낌이 안 살면 버리자 했는데 

괜찮네?  

 

그래서 끝까지 다 완성함

겉옷 끈과 머리는 실을 빼서 입체감을 살렸으나,

세탁하고 다림질을 하니 눌렸더라...

 

여전히 번역사 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한 2년 차 햇병아리. 요즘은 만화 두 편을 번역 중이고, 틈틈이 기술 번역도 맡아서 처리하고 있다. 오늘 거래 에이전시를 한 곳 더 늘린 것도 아주 기쁜 일. 기술 번역은 내가 아는 분야가 아니라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할 만하다.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 그렇지, 좀 들여다보면 소설이나 만화에 비해 문장이 훨씬 깔끔한 편이라서.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지만 내 나이를 생각하면 업계 진입이 늦은 감이 있다. 이유는나도 이 일을 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 꼬꼬마 고등학생 시절, 통번역가를 꿈꾸며 중어중문학을 전공으로 택한 건 맞다. 하지만 학교 커리큘럼이 너무 재미없었고(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 고전 수업 좀 열심히 들을 걸…), 그때 중드에 정을 붙이기 위해 <보보경심> 시청에 도전했으나 변발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첫 직장에서는 중국어의 중 자도 쓸 일이 없었고, 이직하려고 퇴사한 후에는 방황의 시간이 좀 길었다. 그러다 <랑야방>을 만나게 되었는데이때까지도 몰랐지. <랑야방>을 보면서도 다른 직종 면접을 보러 다녔으니까. 어느 날 면접에서 떨어져서 우울해하고 있는데 지인이 하는 말.

 

너 중국어 번역 쪽으로 알아보는 건 어때? 잘하는 거 두고 왜 엉뚱한 길을 찾아?”

“…그런가?”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내가 하는 건 번역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고,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나보다 더 못하는 사람도 하더라고… -_- 좀 더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인생에서 덕질 빼면 남는 게 없는데 최초의 꿈으로 돌아오게 만든 것도 결국 덕질이라니이 모든 게 결국 운명인가 보다게다가 적성에 아주 잘 맞다. 아아, 집에서 혼자 일하는 평화로움친구도 내게 말했지. 너는 집에서 혼자 글 쓰는 게 제일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일이 없으면 불안한 프리랜서의 운명

아직 경력도 짧고 전체적으로 번역 단가가 높은 편이 아니라 수입이 적지만 나는 이제 갈 곳이 없다. 이 일에 뼈를 묻어야 해

 

정말 하고 싶은 건 영상 번역인데, 중한 영상 번역가를 구인하는 업체가 없다… (눈물) 작년 말인가, 모 업체에서 드라마 번역 테스트를 한 번 받아보긴 했는데 연락 없는 걸 보니 불합격인데 왜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테스트 번역 파일 보내면 합격 여부에 상관없이 피드백 주는 에이전시(테스트 번역을 수도 없이 했는데, 피드백 준 업체는 딱 두 군데라는 게 함정…)가 정말 고맙다. 내가 뭘 틀렸거나 부족한 지 알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중국 영화는 수입되는 경우가 드물고, 중국드라마는 방송 채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고정된 인력 풀이 있는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중국 영화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기도 하고, 영화제 기간에 영화 보러 자주 가기도 해서 부산에서 상영하는 영화 정말 번역해보고 싶은데… 2년 전 이후로 번역가 채용 공고가 안 뜨네? (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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