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취미로 소설 번역을 올렸던 건

가뜩이나 좁은 중국 소설 출판 시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 문장을 다듬으며 공부하는 차원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제 머릿속이 꽃밭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상업적 용도는 아니라지만 번역으로 밥 먹고 산다는 제가

계속해서 저작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차라리 그 시간에 좀 더 다양한 글을 읽고 리뷰해서 출간 제안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소설 번역은 올리지 않습니다. 

<타래료청폐안지암린>은 전부 삭제했습니다. 

<호소용음>은 1장 발췌본이고 드라마와 다른 부분을 옮긴 거라 그냥 남겨뒀고요. 

<풍기장림> 마지막 장은 출간 알림 뜨면 삭제합니다.

<환락송> 1장은 출간 예정이 없는 것 같으니 남겨두고, 

<타래료, 청폐안> 1장은 로컬라이징 된 번역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아 남겨둡니다.

 

이전처럼 소설 챕터 전체를 번역해서 올리는 일은 없겠지만

뭐, 드라마 원작 소설을 읽다가 드라마와 달리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발췌해서 올릴 수는 있겠지요.

 

이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남몰래(?) 읽어주셨던 분들 참고하시라고... 

 

  1. 2018.05.18 16:46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lang-tian.tistory.com BlogIcon 연 [yan] 2018.05.19 17:02 신고

      하하, 죄송할 것 까진 없으시고요. 제가 출간작을 제가 번역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 글 읽고 책 구매하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라마 <사마의2: 최후의 승자>(중국 원제: 호소용음) 1화에서 누워 있던 조비가 후원에 나가고 싶다고 마차를 준비하라고 외친 장면에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드라마와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요. 조비가 곽조 목소리에서 쓰마이를 보고, 검무 추는 곽조를 보고도 쓰마이 환상을 보고-_-; 이래서 일부분만 번역합니다. <군사연맹><호소용음> 소설 역시 드라마 대본을 쓴 창쟝(長江)작가가 썼습니다.

 

 

1

죽음으로 세상을 등지다중 발췌

 

마차는 천천히 후원으로 들어섰다. 밝은 달이 떠있고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고요한 여름밤. 곽조는 쇠약해진 조비에게 조심스럽게 외투를 덮어주었다. 조비는 희미하게 웃었다.

짐이 어떻게 썼더라? ‘태양이 지고 밝은 달이 떠오르니 모두 함께 수레에 타서 후원을 노니는데, 수레바퀴 천천히 굴러가고 빈객들은 말이 없다. 서늘한 바람 솔솔 불어오는 밤…’1) 뒷 부분이 잘 기억이 안 나는구려…….”

곽조가 눈물을 흘리며 뒷부분을 낭송했다.

“……호가2)가 내는 슬픈 소리는 가벼운 한숨 과도 같아 즐거운 기분 뒤에 애상이 이어져 슬픈 감회를 품게 하는구나. 내 고개를 돌려 모두에게 이런 슬픈 소리는 오래 듣기 어렵다 하니, 따르는 이 모두 잇따라 찬성하네. 오늘 헤어지면 멀리 떨어지게 될 터.......”

조비는 곽조의 목소리에서 젊은 시절의 사마의가 구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지난 날 마구간에서처럼 무명 옷을 입고 웃음을 머금은 채 조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비는 약간 자조하며 말했다.

짐이 직접 쓴 글도 기억 못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소. 이건 오질에게 보내는 서신이었지? ……짐의 벗들 중에 유독 사마의에게만 서신을 쓰지 않았구려. 사마의에게 서신을 써야겠소. 후세 사람들이 몰라서는 안 되니까…….”

그 말에 곽조가 바로 분부했다.

필묵을 대령하라!”

환관들이 서둘러 종이와 붓을 올렸다. 조비는 느릿하게 손을 뻗어 붓을 잡았지만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종이 위에 먹물 자국이 크게 번졌다. 조비는 괴로워하며 힘을 주어 한 획을 그었지만 붓은 조비의 몸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곽조는 서둘러 종이를 바꿔주고 붓을 잡았다.

폐하, 신첩이 대신 쓰겠습니다.”

조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쓰지 않겠소…… 짐의 정신이 이미 쇠약해져 그런 문장을 쓸 수가 없소…… 쓴다 해도 후세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만 되겠지…… 문무에서 짐은 여전히 아버지께 조금 뒤떨어지는구려. ‘이를 테면 아침 이슬과 같아서 지난 세월 고통이 많았으니……’3) 짐이 등극한 지 7년인데 시 한 수 쓰지 못했고…… 어린 시절 짐의 소망은 그저 부친을 따라 천하를 평정하는 것이었소. 하지만 제위에 오르고 나서야 알았지. 황궁은 전장보다 사람의 정신력을 더 갉아먹는 곳이라는 걸. 내 일생의 포부가 황궁에 갇혀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오.”

곽조는 울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폐하께서는 내란을 평정하고 부국강병을 이루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선황께서 하고자 하셨지만 이루지 못하신 일입니다!”

조비는 웃음 지었다. 

당신 말도 맞소. 위나라의 존재가 곧 짐과 사마의가 함께 싸운 증거인데 서신을 쓸 필요가 뭐가 있겠소…….”

곽조가 조심스럽게 간청했다.

폐하, 사마의에게 돌아오라 하세요!”

그러나 조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인정을 베푸는 건 새로운 천자의 몫으로 남겨두겠소. 사마의가 새로운 천자에게 감사와 충성을 다할 수 있도록…….”

곽조는 점점 더 울음이 북받쳐 올랐다.

사마의가 충성하는 사람은 폐하라는 걸 아시잖아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폐하, 사마의를 만나세요. 만나야 폐하께서도 안심이 되실 겁니다…….”

조비는 말없이 침묵했고, 곽조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

시 총관! 조서를 내릴 것이다! 조서를! 어서 빨리 사마의를 데리고 돌아오라!”

조비가 숨을 헐떡이며 손을 들었다.

밀지를 내려라! 급포에게 교사를 데리고 가서 조심히…… 데리고 오라고, 사마의를 노리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니…….”

시순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곽조는 조비를 위로했다.      

온현은 여기서 이틀 정도 걸리니 금방 올 것 입니다!”

조비가 곽조를 바라보았다.

짐이 마구간으로 사마의를 찾아갔던 날 기억하오? 당신도 거기 있었지. 짐이 두 사람에게 검무를 보여주고 시를 읊어 주었소. 당신이 읊을 수 있겠소?”

곽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짐에게 검무를 다시 한 번 보여주시오. 그 검으로…….”

곽조는 눈물을 참으며 환관에게 분부했다.

가서 내 검을 가져오너라!”

황후의 번잡한 의복도 검을 들고 선 곽조의 빼어난 자태를 가리지 못했다. 곽조는 순간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곽조는 검무를 추며 시를 읊었고, 검의 빛이 춤을 추는 듯 아름답게 움직였다.

봄에는 모든 초목이 생장하는데, 가을 바람 불어오면 화초와 나뭇잎 우수수 흩날려 줄기만 외로이 남는다. 사계절 빠르게 흐르고 시간은 날 버려 두고 나는 듯 달려가는데, 나는 왜 은거하여 무엇을 하려 하는가. 세상에 머무는 삶이란 마른 나뭇가지에 깃든 새처럼 오래 머물기 어려운데, 나는 왜 은거하여 무엇을 하려 하는가…… 저 푸른 하늘 오래 우러러 보기 어렵고 대지는 꿈틀거려 한가로이 걷기 어려운데, 어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노닐지 않느냐. 군자에게 순종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인데, 나의 보검을 지니고 너는 왜 고개를 숙이고 있느냐…… 오늘의 즐거움을 잊지 말아라. 인생의 재미는 아직 다 누리지 못했으니, 즐거움을 누리는 게 너무 늦으면 쓰디쓰다. 바람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왜 고생을 하고 어찌 하여 마음에 걱정과 슬픔을 담아두는가.”4)

조비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젊은 시절의 광경을 본 듯 했다. 자신은 검무를 추고, 사마의와 곽조는 앉아서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며 감탄하는 모습. 세월은 바람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곽조는 여전히 시를 읊으며 검무를 추고 있었지만, 조비는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다.

조비는 꿈에서 물에 빠져 가라앉았다가 떠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예전에는 수영도 잘했는데, 지금은 온몸이 시큰시큰 쑤시고 아파서 그저 파도에 휩쓸려 차츰 가라앉을 뿐이었다. 어지러운 검광처럼 햇빛이 자신의 머리 위에 쏟아져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필사적으로 수면을 향해 손을 뻗은 조비는 어지러운 빛속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사마의를 보았다. 조비는 힘들게 소리 쳤다.

중달, 살려주게. 나를 구해줘…….”

하지만 조비의 코와 입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곽조는 옆에서 울면서 외쳤다.

폐하, 사마의가 곧 올 것입니다. 금방 올 거예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마의의 발치로 작은 거북이 한 마리가 기어올랐다. 사마의는 거북이를 멍하니 쳐다보며 쓸쓸한 듯 웃었다.

신령한 거북이 오래 산다 한들 언젠가 죽는 때 있다는데5) 하물며 이미 불혹이 넘은 내가 너와 수명을 비교할 수 있겠느냐…….”

사마의가 거북이를 들어 물속에 놓아주자, 거북이는 헤엄쳐 사라졌다. 손에 물이 닿자 사마의는 갑자기 그해 조비와 함께 영수(潁水)6)를 헤엄쳐 건넜던 일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함께 물살에 저항하며 힘차게 앞으로 헤엄쳤고, 강기슭에 닿은 두 사람은 함께 큰 소리로 밝게 웃었다. 청산이 그 증거였다.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사마의가 고개를 돌리자, 급포가 교사들을 이끌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마의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손에 든 낚싯대가 바닥에 떨어졌고, 사마의에게 달려온 급포가 다급하게 외쳤다.

사마 공, 어서 말에 오르시오! 폐하께서 위중하시오!”

 

궁 중. 조예는 베개를 끌어안은 채 덜덜 떨었다. 벽사는 그런 조예를 끌어안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전하, 무서워하지 마세요. 겁내지 마세요! 전하께서는 황장자이자, 황후의 아드님이십니다. 폐하께서 붕어하시면 전하께서 황제가 되십니다!”

조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날 죽이지 않을까? 내 어머니도 죽였는데, 나도 죽이진 않을까…….”

이때 문 밖에서 환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께서 평원왕 조예를 들라 하십니다-!”

조예의 눈동자에 더욱 깊은 두려움이 차올랐다.

잠시 정신이 맑아진 조비가 미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다릴 수가 없소…… 다들 도착했는가? …….”

입구에서 환관이 우렁차게 외쳤다.

평원왕 조예, 진서장군 조진, 진남장군 조휴, 상서령 진군이 들었습니다-!”

차례대로 안으로 들어서는 네 사람은 모두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 두려움이 황제를 향한 경모인지 미움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곧 세상을 떠날 천자를 본 네 사람은 의문스러웠다. ‘위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조예, 조진, 조휴, 진군은 무릎을 꿇었다.

, 폐하를 뵙습니다.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조비는 살짝 웃었다.

만세라……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망하지 않는 나라와 도굴 당하지 않는 묘가 어디 있겠소…….”

조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폐하, 옥체를 보중하시옵소서.”

조비는 허약하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해야 할 말이 있소. 아범…….”

시순이 성지를 펼쳤다.

평원왕 조예를 황태자로 세우노라!”

조예는 깜짝 놀라 꼼짝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조진, 조휴, 진군이 곧바로 대답했다.

,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시순이 성지를 조예에게 건넸고, 잠시 격동한 조예는 무릎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조비의 손을 붙잡았다.

폐하, 황공하옵니다. 아버지, 아버지…….”

조비의 허약한 목소리가 조예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아비가, 너한테 미안하구나. 네 어미에게도 미안하고…… 아비는 가야겠다.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을 사랑하며 황후에게 효를 다해야 한다…….”

조예는 통곡했다.

아버지, 소자 명심하겠습니다…….”

조비는 다시 조진과 조휴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형제 사이요.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그대들의 마음에 위나라가 있다는 걸 짐은 알고 있소. 짐은 그대들 네 사람을 보정대신으로 임명하니 태자를 잘 보필하도록 하시오…….”

조진은 의아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 사람이라니요?”

시순이 곧바로 두 번째 성지를 펼쳤다.

조진, 조휴, 진군, 사마의를 보정대신으로 명하노라-!”

진군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고, 조휴와 조진은 크게 놀랐다. 조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사마의라니요? 폐하, 안 됩니다!”

시순이 냉랭하게 말했다.

장군, 항명하려는 겁니까?”

조진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신이 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조비가 조예를 살짝 끌어당겼다. 조예는 서둘러 조비의 입가에 귀를 갖다 대고, 조비의 미약한 목소리를 들었다.

보아라…… 저들이 싸우기 시작했구나. 저들이 싸우면서 스스로를 지키게 하거라. 그리하여 네게 충성하도록. 너는 저들을 이용하고 억눌러야 할 것이다…….”

조예는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소자 명심하겠습니다!”

조비는 살짝 손을 뻗어 곽조의 손을 붙잡았다.

그대 생각잊을 수 없어슬픔이솟구치고…….”7)

그 뒤 조비는 고개를 돌려 전각 입구를 바라보았다. 사마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조비는 젊은 시절의 사마의가 웃음을 머금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을 본 듯 했다. 조비는 그 환영을 마주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염원을 맡겼다.

날 대신해, 지켜봐주게. 통일된 천하가 태평한 모습을…….”

바람이 침상의 휘장을 스쳐 지나갔다. 이 시대의 천자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곽조가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폐하-! 자환-! 자환, 날 내버려두고 가지 말아요! 자환, 자환…….”

조진, 조휴, 진군 역시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엎드려 통곡했다. 스산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때 사마의와 급포는 빠르게 채찍을 휘날리며 질주하고 있었으나, 성에 들어서기도 전에 종소리를 들었다. 성문 입구의 장병들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 꿇고 있었다. 자신이 늦었다는 걸 깨달은 사마의는 끓어오르는 슬픔에 말 위에 제대로 앉아있지 못하고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마의는 넋을 잃고 바닥에 누웠다.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말을 달린 두 다리는 쓸려서 피가 흘렀다. 아무 말 없이 꼼짝 않고 있는 사마의의 눈가를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마의는 한없이 넓고 아득한 창공을 바라보았다. 검푸른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 한 줄기 유성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제갈량과 마속이 별을 보고 대화하는 부분은 드라마와 큰 차이가 없어 생략합니다.)

 

천자의 커다란 관이 전각에 놓였다. 통곡하며 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리는 사마의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폐하, 폐하! 신이 늦었습니다! 어찌 저를 기다리지 못하시고…….”

상복을 입은 조예가 다가와 사마의를 부축했다.

선생…… 선생, 건강을 챙기시오. 폐하께서 분부하셨소. 짐이 명군이 될 수 있도록 선생이 보좌하라고.”

사마의는 여전히 머리를 조아린 채 눈물을 흘렸다.

신은 죄인의 몸입니다…….”

부황께서 탁고한다 말씀하셨소.”

사마의가 고개를 들자 피와 눈물이 섞여 흘렀다. 조예는 손을 뻗어 사마의의 얼굴에 흐르는 피눈물을 닦아내 입술에 살짝 칠했다. 사마의의 마음이 격동했다.

폐하께서는 분명 천하를 통일하는 명군이 되실 것입니다!”

조예가 분부를 내렸다.

선생에게 상복을 가져다 주어라!”

환관이 하얀색 관복을 받쳐들고 나오자, 조예는 떨리는 손으로 사마의에게 상복을 걸쳐주었다.  

사마의와 조예는 천천히 붉은 색 섬돌을 내려갔다.

선생은 내 어머니의 부탁을 기억하시오?”

사마의가 공수하며 말했다.

, 반드시 전심전력을 다해 폐하를 보좌하겠습니다.”

조예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 드디어 선생과 공개적으로 내 어머니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군. 선생은 어머니의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오?”

사마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국상이 끝나면 천자의 어미는 당연히 추서해야 합니다.”

조예는 다시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곽조는 어찌 처리해야겠소?”

사마의는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었다.

폐하, 태후 역시 폐하의 어머니이십니다!”

그러나 조예는 차갑게 말했다.

선생이 막 돌아와서 심신이 편치 못한 모양이오. 다시 잘 생각해 보시오!”

말을 마친 조예가 먼저 걸음을 옮겼고, 경악한 사마의는 편치 않은 마음으로 예를 행했다.

알겠습니다. , 돌아가서 처자식을 집에 데려다 준 후에 다시 와서 선제의 상을 지키겠습니다.”

조예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기묘하게 웃었다.

맞다, 선생은 이제 보정대신인데 원래 살던 집이 좀 작은 듯 하여 짐이 새로운 저택을 하사했소. 집에 가면 놀라운 게 선생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가보시오.”

사마의는 불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 신은 이제 막 복직된 몸이라 폐하의 성은이 너무 무겁습니다. , 공로도 없이 받을 수 없습니다.”

조예는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놀라운 건 선생이 공로도 없이 거저 받는 게 아니오. 가 보시오. 돌아가면 알게 될 터이니. 여봐라-! 사마 시중을 새로운 집으로 안내해라!”

말을 마친 조예는 몸을 돌려 떠났고, 남겨진 사마의의 얼굴에는 의혹과 불안감이 가득했다.

 

1) 조비가 지은 <여조가령오질서(與朝歌令吳質書)>입니다. ‘조가령 오질에게 보내는 서신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한국어로 번역된 게 없어서 원문과 백화 번역문을 참고해서 옮겼습니다.

2) 호가: 갈잎을 말아 만든 피리

3) 조조, <단가행(短歌行)>

4) 조비가 지은 <대장상호행(大墻上蒿行)> 입니다. 역시나 한국어로 번역된 게 없어서 원문과 백화 번역문을 참고하여 옮겼습니다. 드라마에는 대장상호행만 나오는 것 같네요.

5) 조조, <귀수수(龜雖壽)>

6) 현재는 잉허(潁河)라고 불리며, 허난성 남부와 안후이성 북부에 걸쳐 있음.

7) 조비, <연가행(燕歌行)>

 

 

번역은 여기까지고 조예가 말한 놀라운 것이 뭔지 좀 요약하자면, 다들 예상하신 것처럼 백령균이 낳은 사마륜입니다. 이 장면도 드라마와 좀 다른데, 새로운 저택의 대문을 여니 정원에 백령균이 사마륜을 안고 서있는 걸로 나와요. 집에 들어선 사마의 가족을 보고 사마륜이 백령균에게 어머니,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하니 다들 깜짝 놀람ㅋㅋㅋ

백령균이 아버지란다. 아버지가 돌아오셨어.”

그 말 듣고 사마소와 후길이 뒤에서 쑥덕쑥덕ㅋㅋㅋ

사마소가 사마사에게: 우리 아버지 정말 대단한데? 한 번에 아들까지 낳고 말이야.

후길: 나리, 한 번에 성공하신 겁니까? 그것도 너무 간단하게…….

장춘화의 반응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소인배 같으므로 춘화졔졔를 지켜주기 위해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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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인용은 왜 이리도 많은지한 치도 모르는 인생사, 고전 수업 좀 열심히 들을 걸

 

 

  1. 시끄러운호랑이 2018.05.22 17:15 신고

    책이 빨리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면 좋겠어요.

    • Favicon of http://lang-tian.tistory.com BlogIcon 연 [yan] 2018.05.30 00:25 신고

      음... 검색해보니 번역 출간 된다는 이야기는 아직 눈에 띄지 않네요. 하지만 어디선가 남몰래(??) 누군가 번역 중일 수도 있겠지요...?

번역이 아닌 글은 굉장히 오랜만에 쓴다.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며 공연에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고, 봐도 글 쓰는 게 귀찮기도 하고 쓸 말도 없고.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는 건 MBC케이블 채널(MBC뮤직/드라마넷 공동 제작이었던가?)에서 제작해 방송한 <캐스팅콜>에 대해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아마도 탈덕(..)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지.  

 

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케이팝에 흥미 없어 트렌드에 뒤떨어진(..) 인간이기도 하고, 경쟁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고음 잘 지르는 가수가 1위하는 경우도 많고. 한 마디로 말하자면 내 취향이 아니라는 소리인데, 뮤지컬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은 좀 궁금했다. 왜 안 나올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티켓값도 비싼데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에 어느 머글이 관심을 가지겠니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 지 이미 오래. (게다가 S모 방송국의 스XX이 몇 년 전에 엉망진창 오디션을 보여준 전력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로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온다지 뭐니!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하 바람사)의 스칼렛과 레트를 뽑는다고! 게다가 내 본진이 심사위원이라니! 어머, 이건 봐야해!

 

하지만 나는 첫 방송부터 이게 뭐야!’ 라고 외쳤다. 너무나도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도대체 그 오디션에 아이돌이 참가한 게 왜 중요하고,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비주얼이 왜 중요하지요? 배우가 잘생기고 예쁘면 좋긴 하지. 그런데 뮤지컬에서 더 중요한 건 노래와 연기라는 걸 굳이 말해줘야 알까요? 스칼렛과 레트를 뽑는 오디션인데 아직 중학생도 안 된 듯한 어린애는 왜 거기 있지요? 아무리 뮤지컬이 캐스팅에서 나이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장르라지만, 그렇다고 스칼렛과 레트에 아홉 살 열살 짜리 애들을 올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캐스팅콜 제작진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흔한 예능 제작하는 것처럼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걸.

 

중간중간 삽입된 참가자들 인터뷰도 대환장쇼(..)였는데,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노래/뮤지컬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or해보고 싶어서) 참가했습니다’, ‘몇 년 동안 노래를 하고 있지만, 길게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보니 뮤지컬이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백번 양보해서 제작진이 뮤지컬 모르고 프로그램 만든 건 이해한다 쳐도, 뮤지컬 배우하겠다는 오디션 참가자들이 저러면 덕후는 화가 납니다. 뮤지컬이 노래만 잘하면 될 것 같나? 뮤지컬이 뭐지? 노래하면서 연기하는 장르다. 노래와 연기 둘 다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둘 사이에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출 수 있든지, 아니면 둘 중 하나라도 특출 나게 잘해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저런 말을 방송에 내보내는 제작진은 뭐지요? 제작진에 뮤덕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저런 인터뷰는 아마도 방송을 타지 못했을 것이다

 

제작진과 수준 미달의 참가자들이 벌이는 대환장쇼는 2차 오디션에서도 계속 되었는데뮤지컬 오디션에서 핸드 마이크 사용이 웬 말인가. 대체 어느 뮤지컬에서 핸드 마이크를 쓰지요? 핸드 마이크 들고 공연하는 뮤지컬 보신 분 있으면 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핸드 마이크를 쓰면 손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연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는데, 그렇게 노래하면 연기는 어떻게 보라는 말인지? 게다가 이미 뮤지컬을 해 본 적 있는 참가자가 핸드 마이크를 들고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해봤으면서 대체 왜…?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다른 오디션에서도 1분만 준비하라고 하길래 이것도 그런 줄 알고’ MR1분짜리만 가지고 왔던 참가자. 이건 준비 요건조차 제대로 확인을 안 했다는 소리다. 그 다음으로 어이 없었던 건 솔로 오디션인데 듀엣곡을 선택해서 남성 파트너가 불러야 할 부분을 허밍으로 처리하던 참가자. 차고 넘치는 게 여성 솔로 넘버인데 듀엣곡을 선택한 이유가 뭐야, 대체?

 

그런데 그 대환장쇼 사이에서도 의상, 메이크업, 소품을 준비하고 이어셋을 착용한 참가자들이 있었다. 프로 오디션러(..)라는 황인선과 파이널까지 올라갔던 이하린이 그랬다. (더 있었을 텐데 기억이 안 남) 성유빈은 데스노트넘버를 부르면서 노트 챙겨 나온 정성은 좋았으나(근데 그렇게 하라고 형이 알려줬다며. 안 알려줬으면 안 했을까?) 핸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더라고. 이렇게 준비한 참가자들은 적어도 뮤지컬을 이해하고, 무대 위에서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소리다.  

각자 달랐던 걸 보면 이어셋은 참가자 개인이 준비를 했거나 제작진 쪽에서 이어셋과 핸드 마이크 둘 다 준비를 해 두고 선택하라고 하지 않았나 싶은데, 어느 쪽이든 제작진은 부족했고 뮤지컬을 이해 못한 참가자들이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심사위원 구성. 파이널에는 바람사 프로듀서와 연출인 브래드 리틀이 참가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프로듀서나 연출 중 한 사람이 심사위원에 포함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김성수 음악감독이 있긴 했지만, 연기 쪽이나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연출과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심사위원 구성이 왜 저럴까하는 상황에서 나는 내 본진이 심사를 어떻게 할까 너무 궁금했는데, 방송 내내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심사위원이 내 본진이었다(..) 정말 웃프게도 진심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전에 제작진이 각 심사위원의 컨셉을 정해서 내 본진에게 좋은 말만 해주세요라고 주문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제작진의 주문이어도 화가 나고, 본진의 의지여도 화가 난다.

방송을 보던 중 모 트친님께서는 내게 연 님 본진은 맨날 잘한대, 다 잘한대!’ 라고 멘션을그러게요난 보는 것도 짜증나는데 다 잘한대. 대부분 칭찬을 베이스로 깔아 주느라 남들 다 떨어뜨리는 참가자도 혼자 합격 주고 그러더라고. 

의지를 북돋아주는 말, 좋다. 그런데 캐스팅콜은 첫 방송 날짜를 기준으로 3개월 뒤에 바람사 무대 위에 올라가야 하는 주연을 뽑는 프로그램이었다. 안타깝게도 내 본진은 이 점을 제일 고려 안 하는 심사위원이었고. 노래에 열정과 간절함이 담겼다고 당장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전에 어떤 글에선가 얘기했는데. 간절함만 담아서 주인공 할 수 있는 거면 나도 마음은 이미 크리스틴이라고(..)

2차 오디션에서 영어 원곡으로 부른 참가자한테 한국어로 공연을 하니 한국어로 불렀으면 더 좋았을 거다라고 하더니, 마찬가지로 영어로 부른 외국인 참가자는 파워 칭찬을 하던 본진. 이 심사평을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본진이 했던 말에 있다. 내한 공연이 아닌 이상, 한국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은 모두 한국어로 공연을 하고 바람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 참가자 정말 잘하긴 했는데, 한국어 발음이 한국어 대사와 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준은 아니었다. 심사 기준을 지켜주소서, 본진이여

참가자들을 향해 조만간 뮤지컬 스타가 될 것이고, 곧 무대에서 만날 거라 확신한다뭐 이런 소리를 자꾸 하던데, 아니 본인이 캐스팅해서 스타 만들어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했지요? 뮤지컬 바닥에서 캐스팅되기 어렵다는 거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습니까? 파이널에서 우승한 최지이도 시키 주연 출신에 실력은 좋은데 국내 인지도 떨어져서 계속 미끄러졌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탈락자한테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취업 면접을 봤는데 회사가 불합격 통보하면서 귀하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번 채용에는 아쉽게도 모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더 나은 곳에서 청운의 꿈을 펼치길 기원합니다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는 걸, 듣는 사람은 짜증이 난다는 걸 알까, 모를까

심사위원 중 가장 좋았던 건 박해미와 김성수 음감이었다. 중반에 박해미가 어떤 참가자에게 딱 소극장 주연 감이지, 대극장 주연감은 아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문장만 보면 소극장하고 대극장 차별하는 거냐?’ 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앞에서도 말하지 않았나? 캐스팅콜은 바람사의 스칼렛과 레트를 뽑는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바람사는 대극장 뮤지컬이다. 그걸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던 사람이 위에 언급한 두 사람이었고.

 

파이널을 생방송으로 진행한 건 좋았는데, 뮤지컬은 결국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우승자는 스칼렛 오하라 최지이와 레트 버틀러 백승렬. 최지이는 무대에 선 적이 있지만, 백승렬은 뮤지컬 경험이 없는데 그룹 미션부터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해서 기대가 되는 배우다. 하지만 제가 두 분은 궁금한데 바람사는 안 궁금하네요다른 공연에서 만날 수 있겠지…? 파이널에서 아깝게 탈락한 이하린과 김수연도 다른 공연에서 꼭 보고 싶은 배우고.

 

도대체 이게 뭐라고 길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캐스팅콜 다시 할 거면 제작진에 뮤지컬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심사위원 구성과 오디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대로 일회성으로 끝난다 해도 아쉽지는 않군요. 그럼 이만.

 

 

뮤지컬 <아리랑> 윤공주 수국

 

저고리 부분 스티치가 좀 거칠게 됐다

 

 

요즘 이렇게 머리를 입체로 수놓는 사람들이 많기에 나도 한 번 해봄.

 

 

 

뮤지컬 <삼총사> 카이 달타냥

 

스케치 할 때부터 복잡하더니 역시나 지금까지 수 놓은 것 중에 제일 복잡함.

 

 

중국 사극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를 수 놓아보고 싶은데... 옷이 너무 화려해서 스케치부터 멘붕...

 

웨이보에서 사람은 왜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한가하는 글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번역해 봄. 글귀를 모아 놓은 계정에서 본 거라 누가 쓴 건지는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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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 사랑 안에서 고독을 끌어안는 것.

 

나는 연예인 리우뤄잉(若英)을 좋아한다.

예전에 장쟈쟈(嘉佳,중국의 감독, 작가)는 리우뤄잉을 이렇게 평가했다.

나는 리우뤄잉을 좋아한다. 리우뤄잉의 어떤 단계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꽃이 피는 과정 전체를.”

리우뤄잉은 밀크티 같다. 우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유처럼 느끼하지 않고, 차처럼 담백하면서도 떫지는 않다. 그래서 평생 마셔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리우뤄잉은 이렇게 설명했다.

혼자 사는 것은 고독의 일종이지만 고독한 것과 쓸쓸한 것은 달라요. 고독한 것은 상태의 한 종류지만 쓸쓸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이죠.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쓸쓸함을 잘 느끼지 못해요. 스스로 할 일을 계획해두고, 다른 사람의 영향을 쉽게 받지 않으니까.’

 

리우뤄잉은 결혼 후 쓴 책 <나는 네 품에서 고독을 끌어안는다>에서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따금 촬영을 나가면 우리는 종종 보름 넘게 얼굴을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리고 날마다 같이 붙어있을 필요도 없고.

우리 부부는 함께 문을 나서도 서로 다른 영화관에 가서 다른 영화를 본다.

둘이서 함께 집에 돌아온 후에는 한 명은 왼쪽으로, 한 명은 오른쪽으로 향한다. 각자 독립된 침실과 서재가 있기 때문에.

 

리우뤄잉은 말했다.

사람의 일생은 자신의 공간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공간에 익숙해지는 거예요. 혼자 있는다는 것은 자신을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일이죠. 함께 산다는 것은 자신을 가능한 한 축소시키는 일이고, 다른 사람의 빈 자리에 익숙해지는 일이에요. 연인 사이에서 가장 좋은 상태는 사랑하는 사람의 품안에서 고독하게 있는거죠.’

 

나는 다른 반쪽에게 자신의 안정감을 습관적으로 기대는 많은 여자를 보았다. 사랑 안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노심초사하고, 얻은 뒤에는 그걸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다가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사람들.

하지만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런 대사가 나오지 않나.

인생은 열차와 같아. 길 위에 수많은 정류장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가는 건 어려워.”

 

사랑 안에서 대담하게 고독해지는 것은 독립적인 인격과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지, 사랑 속에서 삶의 방식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저우궈핑(중국의 작가, 철학자)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지는 풍부한 고요에 있다.”

 

세상은 너무 지나치게 소란스럽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중의 의견을 좇는데 급급한 사람은 종종 길을 잃기 쉽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 가장 좋은 상태는 세상의 번화함을 누리면서, 혼자만의 시간도 적절하게 가지는 것.

 

이런 시간 속에서 우리가 고독과 화해하며 다시금 미지의 세계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란다.

당신이 모르는 타인의 세계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다.

우리,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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